♪ 우리말/척하다 vs 체하다 ♬
둘 다 동사나 형용사 뒤에서 앞말이 뜻하는 행동이나 상태를 거짓으로 그럴듯하게 꾸밀 때 쓰는 보조 동사다. '아는 척하다', '모르는 척하다', '잘난 척하다', '잘난 체하다'처럼 쓴다. '척하다', '체하다' 모두 붙여 쓰고 , '알은체하다', '알은척하다', '젠체하다'는 앞말까지 붙여 쓴다.
'알은체하다'나 '알은척하다'는 상대를 알아보고 인사를 건넬 때 쓰는데, 흔히 '아는 척(체)하다'라고 잘못 쓰는 말의 표준어다. '아는 척(체)하다'는 많이 알거나 잘 아는 것처럼 군다는 뜻이니 잘난 척하거나 젠체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사람을 봤으면 아는 척 좀 해라'라는 말은 '내 앞에서 잘난 척 좀 해라'라는 뜻이 되는 셈이다.
그런가 하면 '모르는 척(체)하다'를 '모른 척(체)하다'로 쓸때가 많다. 그런데 '모르다'는 '몰라, 모르니, 모르는, 모른, 모를, 몰랐다'로 쓰고 '모르는'은 현재 상황을, '모른'은 과거 상황을, '모를'은 미래 상황을 나타내니, '모른 척(체)하다'는 '나는 모르는 일이야'를 '나는 모른 일이야'라고 쓰는 것만큼이나 어색하다. '웃기는 이야기'를 '웃긴 이야기'라고 쓰는 것과 같은 맥락이랄까. '어젯밤 우리를 웃긴 이야기는 정말이지 웃기는 이야기였다'라고 써야 하는 것처럼 '모르는 척(체)하다'라고 써야 한다. 다만 '모르다'를 의존 명사 '채'와 함께 쓸 때는 '아무도 모른 채로 넘어가다'라고 쓰는 것이 맞는다.
아는 척도 해 봤고 모르는 체도 해 봤다. 때로는 잘난 척도 했을 것이다. 척하고 체하는 건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니 과하지만 않다면 귀엽게 봐 줄 만하고 하는 사람 또한 재미로 여길 만하다. 그러니 이제까지 살면서 가장 후회되는 '척과 체'는 아는 척도 아니고 잘난 척도 아니다. 그건 바로 괜찮은 척하고 괜찮은 체한 것이다. 정말 괜찮아서 그런 것이 아니었으니까. 나는 괜찮지 않다. 당신도 그런가?
[출처=동사의 맛/김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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