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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얻은 정보

신 vs 신명 vs 신바람

by ʡ 2017.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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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 vs 신명 vs 신바람

 

한국인은 신이 나야 일을 하는 민족이라고 한다.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힘센 사람이 아무리 일을 시키려 해도 억지로 시키는 경우에는 절대로 안 한다. 반면에 제가 하고 싶은 일에 동기가 부여되면 신이 나서 식음을 전폐하고서도 해 낸다.

 

 

'신'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손에 잡히는 것도 아니고, 보이는 것도 아니고, 느껴지는 것도 아닌데 우리에게 적극적으로 무엇을 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흥겨워서 손뼉을 치면 "신이 나서 손뼉을 친다."라고 한다. 즐거워서 어쩔 줄 모르는 사람에게 "신에 겨워 어쩔 줄 모른다."라고 한다. 그러니 '신'은 흥겹고 즐거운 경우에 우리 마음속에 생기는 어떤 상태인 듯하다. 한자어로 '흥(䕟)'과 비슷한 구실을 하는데 그보다는 더 본질적인 그 무엇이 신이다. 그것은 '신이야 넋이야'라는 말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말은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쏟아 내는 태도를 빗대어 이르는 말이다. "대장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신이야 넋이야 무용담을 이어갔다."라는 식으로 쓴다. 그렇다면 '신'과 '넋'은 통하는 바가 있는 말이다.

 

 

'신명'은 '신'과 거의 같은 의미로 쓰이지만 '신명'에는 '멋'의 개념이 들어 있다. 멋들어진 흥취를 신명이라고 할 수 있다. "무당이 신명 나게 춤을 추었다." 라고 하면 무당이 신이 나게 멋스럽게 춤을 추었다는 말이다. '신명지다'는 신이 나고 멋들어짐을 나타낸다.

 

'신바람'은 신이 나서 몸을 마구 움직이는 기운을 가리킨다. 어깻바람이라고도 한다. 신바람이 나면 멋들어진 몸놀림이 동반된다. 그래서 자연히 엉덩이를 흔들고 활개를 치게 되며 고개를 쳐들게 된다. 경망스럽게 신명을 내는 것을 '신명을 떨다'로 표현한다.

 

 

신, 신명, 신바람은 모두 사람으로 하여금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하게 만드는 소중한 요소이다. 그런데 이런 것과 정반대로 사람으로 하여금 울화통이 터지게 하거나 답답한 마음을 가지게 하는 경우가 있다. '억지'로 일을 시키거나, 억지로 일을 가로막을 때에 그렇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게 되는 상황을 '억지 춘향이'라고 한다. "억지가 사촌보다 낫다."라는 속담으로 미루어 볼 때에 힘이 약한 사람은 힘 있는 사람에게 '억지'를 쓰면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힘 있는 사람이 힘 약한 사람에게 억지를 부리면 일의 능률이 사뭇 줄어든다.

 

[출처=남영신의 한국어용법핸드북|모멘토|남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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