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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얻은 정보

[우리말] 엇나가다 vs 헛나가다

by ʡ 2017.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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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말/엇나가다 vs 헛나가다 ♬

 

 

금이나 줄 따위가 비뚜로 되거나 비위가 틀려 말이나 행동이 비뚜로 나가거나 일 따위가 계획했던 것과 달리 잘못될 때 '엇나가다'라고 한다. 반면 '헛나가다'는 아무렇게나 되는대로 나갈 때만 쓴다. '자꾸만 엇나가는 아이를 다그치다 화를 참지 못해 말이 헛나가는 바람에 아이를 잘 다독여 보겠다는 계획이 모두 엇나가고 말았다'와 같이 쓴다.

 

집에 다니러 온 동생이 취기를 핑계로 마치 엇나가는 사춘기 아이처럼 굴었다.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는데 우울감 때문이었는지 나도 모르게 주먹을 뻗고 말았다. 헛나간 것이다. 동생에게 뻗어야 할 주먹이 아니라 내게 뻗어야 할 주먹이었다. 어려서도 싸우지 않던 형제가 마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 부모 앞에서 뒤어켜 죽이느니 살리느니 하며 드잡이를 했다. 엇나가도 한참 엇나간 셈이다.

 

소란이 정리되고 나서 내가 동생에게 말했다.

"오늘 네가 재수가 없었다. 내가 요즘 상태가 안 좋은데 네가 울고 싶은 놈 뺨 때린 꼴이 돼 버렸으니까. 그러니 너무 기뿐 나빠 하지마."

 

그러고는 정말이지 오랫동안 울음을 꾹꾹 눌러 참아 온 아이처럼 엉엉 울고 말았다.

 

[출처=동사의 맛|김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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